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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의 확산은 한국 콘텐츠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소재의 확장이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한국 신화, 설화, 무속 신앙, 민간 전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새로운 서사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단군 신화처럼 민족의 기원을 다룬 이야기부터, 저승과 이승을 넘나드는 사후 세계관, 귀신과 신령, 원혼과 한을 중심으로 한 서사까지 한국 신화는 매우 독특한 정서를 품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OTT 플랫폼의 자유로운 형식과 결합하면서 과거의 전통 서사가 아닌, 현대적 감각의 콘텐츠로 재탄생하고 있다. 한국 신화 기반 콘텐츠는 이제 국내 시청자에게는 익숙한 정서를, 해외 시청자에게는 신선한 세계관을 제공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이야기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1. 한국 신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드라마의 서사적 힘
한국 드라마에서 신화적 요소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이유는 이야기의 중심이 언제나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신화와 설화 속 신과 초월적 존재들은 절대적이고 완전한 신으로 군림하기보다는, 인간의 삶 가까이에서 감정과 욕망, 후회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러한 구조는 현대 드라마가 추구하는 감정 중심 서사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한국 신화는 애초부터 인간과 분리된 초월 세계가 아니라, 인간과 신이 같은 공간에서 공존하거나 충돌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현대적 재해석이 용이하다.

대표적인 사례인 〈도깨비〉는 한국 설화 속 도깨비라는 존재를 단순한 요괴가 아닌 불멸의 형벌을 받은 존재로 재해석했다. 이 드라마에서 도깨비는 인간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살아왔지만, 그만큼 깊은 외로움과 상실을 안고 있다.
이는 신화적 존재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고통을 겪는 역설적인 구조를 만든다. 시청자는 도깨비를 초월적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죽음을 맞이해야만 안식을 얻을 수 있는 비극적인 인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 이입은 신화를 먼 과거의 이야기에서 현재의 감정 드라마로 끌어오는 핵심 장치다.〈아스달 연대기〉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 신화의 서사적 힘을 증명한다.
이 작품은 단군 신화를 직접적으로 재현하지 않으면서도, 신의 혈통과 인간의 혈통이 섞인 존재, 예언과 제의, 공동체의 탄생이라는 신화적 구조를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드라마는 신화가 단순히 신비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권력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사회 질서를 구축하는 도구였음을 보여준다. 신화는 여기서 판타지가 아니라 정치와 권력의 언어로 기능한다.

또한 〈경이로운 소문〉과 같은 작품은 악귀와 퇴마라는 전통적 신화 요소를 현대 사회의 범죄, 폭력, 불평등 문제와 결합한다. 악귀는 단순한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악의 결과물로 해석된다.
이러한 서사는 신화를 통해 현실을 비판하는 구조를 만들며, OTT 환경에서 장기적인 몰입을 유도한다. 한국 신화 기반 드라마는 이처럼 인간의 감정과 사회 구조를 중심에 두며,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선 서사적 깊이를 확보한다.
2. 한국 영화가 보여주는 신화적 상상력과 사후 세계관
한국 영화에서 신화가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지점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는 방식이다. 한국 전통 신화와 무속 신앙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로의 이동이며, 생전의 선택과 행위는 사후 세계에서 반드시 평가받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세계관은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서사 구조를 형성하며, 영화라는 매체와 매우 잘 어울린다.〈신과함께〉 시리즈는 한국적 사후 세계관을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저승의 재판이라는 구조를 통해 인간의 삶을 하나씩 해체한다. 각 지옥은 단순한 처벌의 공간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오며 남긴 선택과 책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중요한 점은 이 영화가 선과 악을 단순하게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죄를 지은 인물도 그 죄에 이르게 된 사회적 조건과 개인적 사정을 함께 보여주며, 신화적 심판을 인간적인 질문으로 바꾼다.〈곡성〉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한국 신화의 힘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무속 신앙, 외부에서 유입된 정체불명의 존재, 굿과 주술 같은 요소를 통해 설명되지 않는 공포를 만들어낸다. 한국 신화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것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곡성〉은 이 모호함을 그대로 영화적 장치로 활용한다.

관객은 끝까지 무엇이 진실인지 확신할 수 없으며, 이는 한국 신화가 가진 근원적인 불안과 두려움을 그대로 체험하게 만든다.〈사바하〉 역시 불교적 윤회 사상과 토속 신앙을 결합해 현대 사회의 범죄와 신화를 연결한다.
이 영화에서 신화는 초현실적인 설정이 아니라, 인간의 믿음이 만들어낸 폭력의 구조를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러한 작품들은 한국 영화가 신화를 단순한 소재가 아닌,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철학적 장치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OTT 환경에서는 이러한 영화들이 반복 감상과 해석 콘텐츠로 확장되며 장기적인 생명력을 얻게 된다.
3. OTT 시대에 한국 신화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
OTT 플랫폼에서 한국 신화 기반 콘텐츠가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이유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명확하다.


첫째, 한국 신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아직 충분히 소비되지 않은 이야기 자산이다. 서구 신화는 이미 수십 년간 반복적으로 영화화되고 드라마화되었지만, 한국의 저승 세계관, 무속 신앙, 도깨비와 귀신 개념은 여전히 낯설고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이는 글로벌 OTT 플랫폼이 새로운 세계관을 찾는 흐름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둘째, 한국 신화는 감정 중심 서사에 매우 강하다. 한국 신화와 설화에는 원한, 가족애, 희생, 윤회 같은 감정적 요소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문화적 차이를 넘어 보편적인 공감을 형성한다. 〈방법〉과 같은 작품은 무속과 저주라는 신화적 요소를 현대 사회의 권력 문제와 결합하며, 신화를 현실 비판의 도구로 확장한다.

셋째,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한국 신화는 매우 매력적인 IP다. 대부분의 신화와 설화는 저작권 제약이 없기 때문에 자유로운 각색이 가능하며, 하나의 신화를 다양한 장르로 확장할 수 있다.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웹툰과 애니메이션, 게임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 이는 OTT 플랫폼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신화는 현실과의 접점이 강하다. 신과 귀신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삶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러한 구조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신화적 은유로 풀어내기에 매우 적합하며, OTT 콘텐츠가 추구하는 메시지성과도 잘 부합한다.
결론
OTT에서 뜬 신화 이야기는 이제 한국 콘텐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신화와 전통 설화는 현대적인 연출과 결합하며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새롭게 살아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정서와 인간의 근원적인 질문을 담아낸 이야기다.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신화는 지역적 전통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식과 장르로 끊임없이 재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